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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청보리

등록일 2021년06월11일 15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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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밥도 좋아 하지만 청보리 빼곡히 자란 들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청보리 들길을 걷다 보면 보리 잎사귀와 줄기가 바람에 쓸리며 내는 소리는 장관이다.

 

영화 글라디에이터(GLADIATOR/2000년 상영)에도 주인공 막시무스 장군이 자기집을 찾아가며 밀밭길을 걷는 광경이 나온다.

보리밭이나 밀밭이나 풍기는 이미지는 거의 비슷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왜 막시무스 장군으로 하여금 고향을 생각할 때 밀밭길을 떠올렸는지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았다.

막시무스 장군이 밀밭길을 떠올렸듯 나도 어린시절 고향의 보리밭 길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그 시절 시골 친구들과 보리밭 길을 걸으면서 보리줄기 하나 뽑아 피리를 불면 '삐리릭~삐리릭' 음악이 울렸다.

속살같은 청보리의 풋내음도 입안으로 전해졌다.

 

요즘은 시골에도 보리 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청보리 난 들길을 걷는 것은 어렵다.

보리밭을 일부러 조성한 관광지를  찾아 가야만 청보리 길을 걸을 수 있다.


도시에 살면서 나는 보리밭 길을 대신해 화분에 보리를 심어 책상이나 책장 같은데 놓아 두길 좋아한다.

 


삼천원 가량을 주면 생보리를 한되 정도 준다. 화분에 조금만 뿌려도 푸른 싹이 빼곡히 자란다.

보리도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어린새싹이 날 때쯤 가장 예쁘다. 손으로 만지면 여린 잎의 촉감이 와 닿는다.

어린보리싹은 고양이 밥도 되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먹는다. 화분의 보리는 웃자라 커지면 모양이 별로다.

긴 머리카락 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화분에서는 보리쌀 수확도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늙은 보리가 결실도 못보고 영양분이 부족해 시들시들 죽어간다. 이때가 제일 싫다.

사람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것 같다. 보리를 보면서 나이들어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두렵다.

 

오늘  청보리가 초록빛으로 힘차게 자란다.

시골 출신 친구에게 급하게 전화를 했다.

청보리 사진을 보여주며 보리밭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보리밭 보기도 싫다. 타작할 때 보리침이 옷속을 파고 들어와 잠을 잘 때도 엄청 괴롭고 따가웠다"며 진저리를 떨었다.

가끔 시골에 들린 나는 들판에 곱게 자라던 청보리만 봤지 수확을 위해 보리를 베어 보지 않았고, 타작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충을 알 수 없었다.

그 친구는 '보리밥도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했다.

"너 어릴 때 맨날 보리밥 먹어 봤어...그것도 식은 보리밥..."

"아 그랬구나~ 보리에 대한 안좋은 추억들이..."

'그래. 사람마다 추억은 다르니깐.'

추억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보리에 대한 추억은 다르지만 따뜻한 봄날, 친구와 함께 청보리 난 들길을 걷고 싶다.(조영준의 스토리텔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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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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