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구이
-어느새 전어(錢魚/gizzard shad) 먹는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아내가 전어를 구웠는데 음식점처럼 제대로 굽질 못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지만 내놓을 수 없게 됐다.
전어 굽는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들녀석과 함께 엉망이 된 전어의 몸에서 잔뼈를 열심히 발라낸 뒤 군말없이 '맛있다'는 말만 여러번 하며 먹었다.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정도로 맛이 있다고 했는데 내 입엔 그렇게까지 맛있는 생선은 아니였다. 아마 요즘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집나간 며느리가 왜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 왔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며느리가 설마 전어구이가 먹고 싶어 왔을까?
엄마가 집을 나간 사이 아이들이 전어를 구워 먹고 있으니 안스러워 돌아온 게 아닐까. 아니면 남편 혹은 늙은 시부모가 며느리 없이 전어를 고생스럽게 구워먹고 있는 것을 보고 돌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어구이와 며느리 이야기에는 그런 숨겨진 스토리가 있을 것 같는데 우리는 단순히 며느리가 전어구이를 먹고 싶어 왔다는 식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고기모양이 엽전 모양과 닮았다 해서 전어(錢魚)로 불렸다고 하는데 아무리 뚫어지게 봐도 엽전 모양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어를 많이 잡아 돈이 생기니 그런 표현이 붙은 건 아닐까.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한자로 전어(箭魚)라고 기록하기도 했다는데 그가 제대로 봤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가 화살처럼 뾰족하게 생긴 것은 맞는 것 같다. 전라도 섬으로 귀향살이를 간 선비가 전어를 구워 먹으며 세상살이를 한탄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에 등장하는 전어구이 사진은 몇년 전 선배와 전어를 먹으면서 찍은 사진인데 참 잘 구워진것 같아 여러번 사용하게 된다. 역시 돈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이 조 프로(그는 항상 나를 프로라고 불렀다) 전어는 그렇게 먹는 게 아니여,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지, 전어 먹을 줄 모르는구만"
전어 머리를 통채로 씹어 먹던 그 선배는 얼마 전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 그 선배 말처럼 아직 나는 전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조영준의 스토리텔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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