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는데 최근에 보게 됐다.
파올로 코녜티(Paolo Cognetti/이탈리아 소설가)의 소설 '여덟개의 산(The Eight Mountains/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스트레가상’, 프랑스 3대 문학상 ‘메디치상’ 수상')을 원작으로 펠릭스 반 그뢰닝엔이 각본을 쓰고 샤를로트 반더히르미 감독(벨기에)이 만든 이탈리아-벨기에 합작 영화로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탈리아 알프스산맥의 하나인 몬테로사산(Monte Rosa Mountain: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발레다오스타주와 스위스 발레주의 국경에 위치, 몽블랑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산 ), 그라나(Grana) 마을을 배경(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 주 Val d'Ayas 계곡에 있는 부르송/Brusson이라는 마을에서 촬영)으로 도시소년 '피에트로'와 시골소년 '브루노'의 우정을 그린 서정적인 드라마다.
이탈리아의 소박한 시골마을 풍경과 아름다운 알프스산의 경치가 압권이다.
이 시골 마을에서 도시소년 '피에트로'와 시골서 엄마 없이 삼촌집에 맡겨져 목장일을 하고 있던 브르노와 만난다.
자상한 아버지(조반니)와 엄마가 있는 '피에트로'와 달리 술주정뱅이 벽돌공을 아빠로 둔 브르노는 삼촌집에서 목장일을 돕고 있지만 시골목장생활에 싫증을 느끼지는 않는다.
산과 한적한 시골을 좋아했던 '피에트로' 부모(아버지 조반니와 어머니의 첫만남, 첫사랑도 돌로미티산에서 이루어졌을 정도로 산을 좋아했다)는 시골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는 브르노를 도시로 데려가 자비로 공부시켜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브르노 아버지는 이를 거절하고 아들을 멀리 데려가 벽돌공 일을 시킨다.
이로인해 '피에트로'와 브르노는 헤어지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피에트로'는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갖게된다. 이 반감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유분방(다큐멘터리 작가 되려는 꿈)하게 살려는 피레트로와 아들의 장래를 걱정해 공부에 전념할 것을 종용하면서 더욱 멀어지게 된다.
대기업 제조업체의 화학분야 엔지니어인 조반니는 바쁘게 살면서도 가끔 산을 오르며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채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특히 아들' 피에트로'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
조반니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처럼 산을 사랑한 아들 친구 브르노와 함께 하면서도 내면 깊이 아들을 사랑했던 아버지였다.
브르노는 조반니가 노후에 살려고 마련해 놓은 산속의 작은 오두막을 새로 짓기로 하며 피에트로에게 아버지의 소망을 이루어주자고 제안한다.
조반니가 살아 있을때 약속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줄곧 아들 '피에트로'가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을 자책하며 아버지가 자신의 친구인 '브루노'와 산을 오르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떠올린다.
'피에트로'는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다큐멘터리 작가가 돼 네팔의 산을 오르며 네팔 닭장사가 말해 준 8개 산(세상은 8개의 바다와 8개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심에 수미산/메루산/수메르산이 있다)의 의미를 영화의 중심에 놓는다.
'피에트로'와 다른 삶(시골에서 낙농업을 하며 가정을 꾸려 소박하게 사는 삶)을 살았던 '브루노'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파산해 아내, 딸과 헤어지고 오두막에서 혼자 살다 폭설에 갖혀 삶을 마감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아버지 조반니와 아들 '피에트로'는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함께 하지 못했고, 브루노 역시 아내와 딸을 사랑했지만 산을 선택했다.
우리들의 삶이 이런 이중적 대립과 갈등 속에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피에트로' 아버지 '조반니' 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빨리 나의 작은 오두막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조영준의 블로그,영화스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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