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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커피 한 잔은 40년 우정을 약속한다

등록일 2023년08월16일 19시1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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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 커피에 관한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책 '튀르키예 커피 문화(Turkish Coffee Culture)'가 출간(도서출판 제임스컨설팅/ 번역:조주섭, 권인선/디자인:이현주)됐다.
 
이 책(원작:베쉬르 아이바조올루/Beşir Ayvazoğlu)은 튀르키예 커피의 기원과 전통적인 제조 방법부터 현대적인 음용 문화까지 모든 면에서 깊이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본지는 이 책에 담긴 내용 일부를 발췌해 싣는다. 
 
-“커피 한 잔은 40년의 우정을 약속한다”는 유명한 속담은 과장된 감사의 표현이며, 손님을 맞이할 때 커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커피는 20세기 초 차에게 왕좌를 내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의전 음료로서 권위 있는 위치를 지키고 있다. 
 
손님에게 드리는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커피 혹은 차?”이다. 
 
남편을 직장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이웃집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운세를 점치던 주부들이 ‘다섯시 차(Five o’clock tea)’와 비슷한 ‘모닝 커피(Morning Coffee)’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튀르키예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이야기 작가인 세빈츠 초쿰(Sevinç Çokum)은 ‘테크 칼란 핀잔(Tek Kalan Fincan:유일하게 남은 잔)’이라는 제목의 그녀의 기사에서 “제즈베를 올려 놓아라, 내가 가는 중이다!”라고 언급하던 시절에 화로에서 타는 석탄 위에 주석 도금된 연동 커피 포트에서 커피를 양조하는 방법을 회상한다. 
 
초쿰에 따르면, 튀르키예 커피는 “휴식, 어울림, 나눔”에 대한 모든 것이다. 커피 마시는 것이 끝나면, 긴장을 풀고 미래에 대한 즐거운 소식을 듣기 위해 컵을 뒤집는다.

커피 찌꺼기가 컵과 접시에 남긴 모양이나 무늬에서 ‘횡재, 짐을 실은 낙타, 돈다발, 축복, 빛나는 문, 넓은 길, 그리고 사자, 말, 독수리 같은 강력한 동물들’을 왜 다른 사람이 알아내려 할까요?
 
세빈츠 초쿰의 다음 구절들은 튀르키예의 가정에서 커피의 의미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커피가 없어서 고생하고, 커피를 갈망하고, 심지어 볶은 병아리콩에 안주하는 날이 왔다. 사실, 그들은 심지어 남은 찌꺼기로 커피를 만들고...(커피를 마시는 여인들)
 
부족할 때는 줄을 서기도 했다. 어느 순간, 판매용 커피콩이 가정에 들어왔다. 나는 나무 숟가락으로 주석 도금된 구리 냄비에 이 콩들을 넣고 저어 볶는 것을 매우 즐기곤 했다. 청록색은 점차 옅은 갈색으로 변하고, 커피 냄새는 공기에 퍼져, 기름이 콩에 빛나기 시작한다. 
 
당신은 그 중 몇 개를 입 안에서 바삭바삭 씹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볶아서 색깔이 짙어진 콩을 황동 핸드밀에서 소량씩 갈아준다. 콩은 부서지고 갈릴 때 여러분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일단 분쇄된 커피가 접시 위로 쏟아지면, 오, 갓 갈아낸 콩이 얼마나 다른지! 
 
아침 모임은 제쳐두고 커피 없는 여성들의 ‘방문의 날’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튀르키예의 저명한 소설가 셀림 일레리(Selim İleri)는 자신의 에세이 '커피 한 잔(Bir Fincan Kahve)'에서 1950년대 후반의 커피 부족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떻게 그의 어머니가 매일 방문객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삼았는지를 묘사한다.

부엌에 있는 가스 오븐에 제즈베나 커피 두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부 여성들은 단 것을 선호했지만, 다른 여성들은 설탕을 거의 넣지 않거나, 아예 넣지 않은 것을 선호했다. 
 
그의 어머니가 제시간에 모든 것을 만들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거품 ‘링’으로 충분한 거품이 생기도록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때때로 네스카페(Nescafé)가 아닌 튀르키예 커피인 카페오레(café-au-lait; milk coffee)를 아이들에게 주는 방식에 경탄하고, 그는 다음과 같이 계속한다.
 
'갑자기 튀르키예 커피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사라졌을까?'

간혹 적은 양이 커피 가게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당신 차례가 될 때 쯤이면 재고가 바닥날 가능성이 꽤 높았다.
 
그런데, 커피가 암시장에 나왔던 때가 있다.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산대 아래에서 비싸게 팔렸다.
 
커피는 그 기간 동안 가장 귀중한 선물 중 하나였다. 우리의 이웃인 뮈에이예트 하늠(Mueyyet Hanım)은 우리에게 작은 종이봉지에 넣은 커피를 가져다주곤 했다.

기쁨의 분위기와 즐거움의 비명까지 복도를 가득 채웠다. 
 
그런 밤이면 부모님은 저녁 식사 후에 커피를 후루룩 마시곤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지 맛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냄새에서 도구, 대화에서 문학에 이르기까지, 커피에 대한 다른 모든 것을 즐긴다. 
 
그들은 심지어 좋은 커피 한 잔을 얻기 위해 고통을 감수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커피는 그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존중받고 적절한 예절과 함께 소비될 필요가 있는 일종의 묘약이다. 
 
튀르키예의 저명한 수필가 알리 촐라크(Ali Çolak)는 커피를 ‘달콤함, 고요함, 안락함, 사적인 즐거운 순간의 음료’로 간주한다. 
 
커피에 대한 경의(Kahveye Saygı)라는 제목의 그의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은 커피 애호가들의 선언과도 같다.
 
커피는 천천히, 충분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고상한 생각과 넘치는 감정을 거닐기 위해 순간과 삶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이전의 것을 잊게 한다. 일단 커피를 마시면, 커피는 배경, 즉 회사 안의 친구들을 하나로 묶는다. 
 
무지하고, 성찰하지 않고, 심지어 이 모든 것을 경멸하는 청소년들은 커피를 마실 권리가 있는가?
 
내가 ‘커피’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튀르키예식 커피’라고 주저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네스카페, 에스프레소, 또는 카푸치노의 이름과 맛에 익숙하다. 
 
우리는 뉴욕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유럽의 맛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것들 중 어느 것도 진정한 튀르키예식 커피를 대체할 수 없다. 
 
냄새도 맛도... 여러분이 커피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의 것과 같은 작은 컵에 마시는 것이다. 
 
우리의 것은 도저히 얻을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맛을 가리킨다.

한정적이고 희소한 맛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그 진가를 인정하고, 한정된 시간에 그것을 배가하여 영원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미국인과 같은 사람들이 과일주스처럼 종이컵에 1갤런씩 꿀꺽꿀꺽 마시는 것은 내가 커피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커피는 평범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를 존중하는 사람은 커피의 의식을 지켜야 한다. 
(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
안정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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